____intheloop

인더루프

4차 산업 혁명 이후 휴먼 인텔리전스 태스크(Human Intelligence Task), 즉 데이터 라벨링을 수행하는 플랫폼 노동자들이 나타났다. 플랫폼 노동자들은 인간의 지적 노동을 대체할 인공지능을 학습시키기 위해서 일한다.
인공지능 모델을 학습하기 위해서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가 필요하다. 학습용 데이터가 거치는 단순하고 반복된 정제 작업을 데이터 라벨링이라 하며, 이는 지난 산업혁명들 중 기술로 대체된 직업들을 연상케 한다. 생산라인의 공장 노동자, 전화를 연결해 주는 교환수, 단순 계산을 담당했던 인간 컴퓨터들이 그 예이다.
인더루프는 이러한 노동을 직접 체험하고, 그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는 모바일 웹게임인 <루프 안의 ____>를 구현하였다. 무한히 제공되는 일감과 단순 작업 환경은 기계에 의해 대체된 생산/조립 라인의 공장 노동자, 전화를 연결해주는 교환수, 단순한 계산을 했던 인간 컴퓨터를 떠오르게 하며 동시대의 노동을 시사한다.
인더루프, <루프 안의 ____>, 2020, 모바일 웹 어플리케이션
우리의 작품 “루프안의____”는 가동이 멈추지 않는 디지털 생산라인 위 데이터 라벨러, 넓게는 우리 사회를 표현하고자 한다. 직접적으로 라벨링에 참여하지 않아도, 언제나 온라인 상태에서 정보를 제공하며 살아가는 우리 모두 컨베이어 벨트위의 작업자가 아닐까?

작업 노트


지난 6개월 동안 “인공지능이 사회시스템에 어떠한 영향을 줄까?”에 대해 다양한 가능성을 논의하였다. 우리는 인공지능이 인간 노동에 가져올 변화를 막연한 두려움이 아닌 보다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인공지능 모델을 학습하기 위해서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가 필요하다. 학습용 데이터가 거치는 단순하고 반복된 정제 작업을 데이터 라벨링이라 하며, 이는 지난 산업혁명들 중 기술로 대체된 직업들을 연상케 한다. 생산라인의 공장 노동자, 전화를 연결해 주는 교환수, 단순 계산을 담당했던 인간 컴퓨터들이 그 예이다.

우리는 이 중에서도 2차 산업혁명 당시 헨리 포드가 도입한 생산 라인 시스템, 특히 컨베이어 벨트에 주목하였다. 1913년 디트로이트 생산공장에서 처음 선보인 헨리 포드 식 생산라인의 컨베이어 벨트는 작업자들이 지정구역에서 특정작업을 반복케함으로써 원가절감에 큰 기여를 하였다 [1]. 포드는 생산조립라인의 장점으로 (1) 작업자가 무거운 것을 옮기지 않아도 되는 것, (2) 허리를 숙이지 않아도 되는 것, (3) 특수한 수련을 받지 않아도 되는 것, (4) 거의 모든 노동인구가 수행 가능한 것, (5) 이민자(유동인구)에게 직업을 보장하는 것들을 꼽았다 [2]. 포드식 생산라인에 대한 비평도 분명히 존재한다. 작업자들은 자신들의 작업이 최종 결과물에 어떤 기여를 하는지 알지 못했기에, 단순 반복작업에서 지루함만 느낄 뿐, 보람을 느끼지 못했다 [3]. 이 때문에 생산라인직의 회전율은 매우 높았으며, 100명의 작업자를 구하기 위해서는 약 400명을 대기시켜야 했다 [4].

위 특징들은 데이터 라벨링 작업과 놀랍게도 닮아있다. 데이터 라벨링은 컴퓨터 앞이란 지정된 장소에서 이뤄지며, 신체적으로 큰 무리가 없고 특수한 교육을 요하지 않아 누구나 참여 가능한 단순노동이지만, 대체적으로 지루하며 이 작업이 어떻게 최종 결과물인 AI 모델 학습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지 알 수 없다. 나아가, 데이터 라벨링만의 우려되는 점들도 있다. 공장이란 물리적 장소가 아닌, 각자의 공간에서 작업을 하기에 노동자들은 단체의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그렇기에 최저임금, 건강보험 등 기본적인 노동권도 보장되기 어렵다. 2019년 인류학자 메리 그레이와 컴퓨터과학자 시다스 수리는 이러한 문제를 꼬집으며 이 노동을 ghost work라고 일컬었다 [5].

우리의 작품 “루프안의____”는 가동이 멈추지 않는 디지털 생산라인 위 데이터 라벨러, 넓게는 우리 사회를 표현하고자 한다. 직접적으로 라벨링에 참여하지 않아도, 언제나 온라인 상태에서 정보를 제공하며 살아가는 우리 모두 컨베이어 벨트위의 작업자가 아닐까?

[1] "Moving Assembly Line at Ford". *This Day in History*. The History Channel. Retrieved September 2, 2016.
[2] Ford, Henry & Crowther, Samuel (1922). *My Life and Work*. Garden City, NY: Garden City, p. 80
[3] Blauner, Robert (Summer 1965). "Alienation and Freedom: The Factory Worker and His Industry". *Technology and Culture*. 6 (3): 518–519.
[4] Swan, Tony (April 2013). "Ford's Assembly Line Turns 100: How It Really Put the World on Wheels". Car and driver. Retrieved 26 March 2017.
[5] Gray, Mary L., author. (2019) *Ghost work : how to stop Silicon Valley from building a new global underclass.*
<"루프 안의 ____"> 보러가기
Behind - 더 알아보기

인더루프

김현철
이찬우

인더루프는 김현철, 박 마이클, 박수민, 이찬우가 함께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팀이다. 나비 오픈 랩 2020에서 ‘사회’, ‘시스템’ 키워드에 주목하여 인공지능 시대의 노동을 주제로 한 <루프 안의 ____>(2020)를 제작하였다. 김현철은 대학에서는 산업디자인과 뇌인지과학을 전공했고, 현재 KAIST 문화기술대학원에서 인간-컴퓨터 상호작용을 연구하고 있다. 박 마이클은 다학제적 접근과 시스템 사고로 복잡한 문제(Complex Human Problems)에 접근한다. 뉴욕대학교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뒤 컨설팅 업계에 종사한 바 있으며, 현재는 하버드 대학원 설계공학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박수민은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현재 KAIST 문화기술대학원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가상 캐릭터의 모션을 생성 및 제어하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이찬우는 동시대 디지털 환경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경험에 관심을 두고 다양한 매체를 오가며 작업한다. 서강대학교에서 아트&테크놀로지를 공부하며 컨셉츠 스튜디오를 운영 중이다.